아침 8시 수술예정이라 6시까지 병원으로 오라고 해서 새벽부터 일어나 짐챙겨서 나가는데 마치 캐리어끌고 공항가는 느낌.
집에서 수술준비로 특별히 한것이라고는 샤워 마지막에 Hibiclens로 몸 클렌징하고 로션바르지 않은것이 전부인듯. 아침 8시수술이라 밤 12시부터 금식하라고 했는데 원래 안먹는 시간이라....
병원도착해서 입원복으로 갈아입고 태동스캔하면서 누워있으면 정말 많은 사람들이 와서 인사를 한다. 안녕 나는 이번에 어시스트 할 닥터 누구야. 안녕 나는 여기 준비실에서 도와줄 널스 누구야. 안녕 난 그냥 수술 참관하러온 하버드 학생 누구야. 안녕 나 마취 어시스트 누구야.
그리고 수술 직전에 담당 닥터가 와서 인사하고 좀 더 자세히 수술과정에 대해 한번 더 말해주고 수술방 준비가 다 됬다고 가자고 해서 걸어서 수술방에 들어갔다.
미국에서 탑급인 병원인데 한국 병원보다는 시설이 그렇게 좋지는 않다(보스턴 베스이스라엘에 캠퍼스 두개인데 산부인과가 있는 캠퍼스가 좀 더 오래된 건물). 드라마에 나오는 수술실 분위기 아니고 그냥 오피스 불빛에 좁은 침대 하나 그 주위로 주렁주렁한 기계들, 기구들이 펼쳐져 있다.
닥터랑 간호사들이 나한테 인사하고 농담도 하면서 긴장을 풀어주려고 하는듯 했다. 음악도 틀어줬는데 누가 포크송을 틀어서 이건 좀 안맞는거 같다며 나보고 좋아하는 음악이 뭐냐고 해서 힙재즈로 틀어달라고 했다(마취 후에는 음악이고 뭐고 잊음).
아기가 완전 미숙아는 아니지만 그래도 37주라 어쩌면 호흡이 불안정할수도 있고 처음에 안울수도 있고 그래서 문제가 있으면 바로 남편한테 안겨주지 않고 니큐에 갈수도 있는데 그럴수도 있다고 말해주는거고 혹시 그래도 그런 경우가 있으니까 걱정하지말라고 미리 말해주었다.
그렇게 10-20분정도 서로 얘기하고 수술 준비를 하다가 허리를 숙여서 마취를 했다. 진통도 없을때 큰 바늘로 찌른다는게 좀 무서웠는데 담당의사가 나를 바라보면서 몸을 잡아주고 등에 마취바늘이 들어가는데 약간 꼬집는 정도라고 했는데 그거보다는 아팠다. 그래도 엄청 아프거나 하지는 안고 아주 따끔한정도. 마취가 되면 정말 순식간에 다리가 안움직여지기 시작했는데 그때부터는 자의가 아니고 사람들이 내 몸을 이리저리 움직이며 자세를 잡아준다. 등에 뭐가 꽂혀져 있던거 같은데 전혀 감이 안온다. 뭘 받쳐놓은거 같기도 했는데 도통 어떻게 되있던 건지 모르겠다. 그리고 나면 소변줄도 꽂고 소독도 하고 하는데 만져지고 닦는 느낌은 나지만 아프진 않았다.
바늘같은걸로(느낌상) 톡톡 하면서 느낌나? 아파? 하면서 물어보는데 찌르는 느낌은 나고 아프진 않다.
명치 아래로 마취가 된다고 했는데 나는 수술 중에는 팔정도까지 마취가 되는 느낌이들어서 수술 중간에는 힘들었다.
마취가 다 되고 수술 준비가 다 되면(아기 나올준비가 됐을때였나...) 한껏 쫄은 남편을 밖에서 데리고 오는데 내 얼굴쪽으로 오자마자 오열ㅋㅋㅋㅋ나도 마취때문인지 마스크때문인지 숨쉬기가 힘들고 누가 내 가슴부근을 조르는 느낌처럼 힘들었는데 남편이 옆에 오니까 좀 안정이 되면서도 눙물이 나고 그런데 숨 잘쉬어야 한대서 최대한 노력했다.
내가 숨쉬기가 힘들다고 하니까 마스크는 벗겨줬는데 그래도 숨쉬기 힘들고(잘 쉬고있는데 느낌상 그랬을수도) 정신을 차리기가 힘들었다.
정신이 없어지니까 영어로 말하기도 힘들고. 남편은 우느라 정신없는거 같고.
그렇게 정신없는 와중에 가슴팍 밑으로 천에 가려진 몸은 이것저것 하는거 같다. 몸이 들썩들썩
애기 나오기 직전에는 닥터가 미안해 좀 누를게 하면서 배를 누르는데 정말 숨이 턱 막히면서 눈물이 났다. 예전에 슈돌에서 샘해밍턴 와이프가 벤틀리 낳을때 장면에 아기 나오기 직전에 눈물을 흘리던데, 난 그게 고통스럽지만 아기를 기다리면서 흘리는 그런 아련한 눈물인줄 알았지......그런 눈물은 아니었다 내 경우에는 아기생각은 안나고 그냥 죽을거같은 느낌. 남편은 나 죽을까바 옆에서 엉엉 거리고 있고
그리고 뭔가 억!하면서 아기가 나온거 같다. 바로 아기를 들어올려서 우리한테 한번 보여주고 테이블로 데려가면서 남편을 불렀다. 애기 울음소리가 들렸고 내 배에는 뭐가 계속 진행중인거 같고 힘든파트가 끝난거 같아서 숨을 고르고 있으면 리본비니를 쓰고 돌돌 감싸진 인형같은 아기를 데리고 남편이 내 머리맡으로 다시 왔다. 엉엉 애기가 너무 이뻐엉엉엉 하면서.
다행히 애기가 숨도 잘쉬고 울기도 하고 이상이 없다는 사실만 확인하고는 내 몸이 힘들어서 다른 생각이 들지 않았다. 숨을 열심히 쉬어보려고 노력하는것 이외에는.
수술은 1시간 이내로 끝날거라고 했는데 8시 15분 쯤 들어갔던 수술실에서 마무리할때 시계를 보니 9시 50분이 되어가길래 내가 시계를 못읽는건가 싶었다. 남편은 애기를 계속 앉고 있고 내 배는 마무리가 된듯 싶고 침대 그대로 수술방을 나가는데 (침대를 옮겼던가.....?한번은 옮겼는데 그게 수술방이었는지 회복실이었는지 기억이 나지 않는다) 누워있는 나한테 아기를 팔에 올리며 들고있으라고 해서 나 지금 컨트롤 할수가 없어서 못든다고 했더니 안들고 싶냐고 해서 순간 기분이 나빴다. 안들고싶은게 아니고 움직이는 침대에서 팔까지 마취된거 같은데 애를 어떻게 들으라고. 그래서 애기는 배시넷 카트에 눕혀서 남편보고 끌게 하더라.
수술들어가기전에 태동검사했던 그 룸에 다시 와서 아기 상태도 확인하고 나도 회복하는 시간을 갖는다. 애기도 나도 저체온이 와서 애기는 따듯한 불빛 밑에서 이것저것 검사하고 비타민K, B형간염백신 주사도 맞고 눈에 무슨 액체도 넣고(남편한테 말해줬는데 적어두지 않아서 뭔지 정확히모름) 그리고 나는 따듯한 공기가 들어오는 블랭켓을 덮어줬다.
어지럽고 추운데 간호사가 와서 이거 먹어볼수 있겠냐고 하면서 얼음을 한조각 줬다. 목이 마르기도 하고 해서 받아먹긴했는데 한국정서랑 영 맞지 않는 문화충격ㅋㅋㅋ이긴 하지만 이유가 있으니까 주겠지 하고 두조각 먹었다.
애기는 정상체온이 됐고 다른 검사/발찌채우기도 다 해서 내 침대 옆에 앉아있는 남편한테 안겼는데 모유수유만 할건지 포뮬러(분유)를 먹일건지 물어봐서 우리는 혼합하고싶다고 했더니 그럼 지금 포뮬러를 먹이자고 했다. 간호사가 시밀락 30ml짜리 액상을 주며 남편한테 어떻게 먹이는지 알려줬다. 뱃속에서 안먹고 살던애가 먹는건 어떻게 알까 싶은데 10ml를 열심히 빨아먹더니 잠에 취해버렸다. 고작 10ml를 먹고
그거 좀 먹었다고 뻗어버린 모습이 귀여웠다. 정신이 왔다갔다 하는 와중에도.
체온이 정상회복되는데 시간이 좀 걸려서 생각보다 오래 회복실에 머무르다가 입원실로 보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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